2021년 11월 30일 화요일

디지털 휴먼과 게임 속 AI의 미래

최근 AI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여러 기업들에서 “디지털 휴먼(가상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1. 가상 인플루언서, 가상 비서, Digital Actor, AI NPC 등 용어는 다르지만 현대 AI 기술을 토대로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가상 인물을 만들겠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구분짓자면 각각의 개발 목표에 따라 그 명칭이 달라질 것이다. 이 글에서는 게임사에서 AI를 이용한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AI NPC에 초점을 맞춰 다룬다.

LG전자가 AI기술로 만들어낸 가상 인간 김래아

디지털 휴먼은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기술 체계를 갖는다.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음성 합성을 이용하여 핵심이 되는 대화형 인공지능 (Conversational AI)이 선행되고, 여기에 시각적인 요소를 위해 그래픽스 기술(모션 인식 및 생성, 음성 연계 랜드마크 생성 등 많은 기술을 포함)로 얼굴을 포함한 신체를 구성한다. 그렇다면 게임사가 이런 종류의 AI NPC를 개발하는 목적이 무엇이고, AI NPC가 개발된다면 게임은 무엇이 달라질까? 이 개념은 소설 장르 중의 하나인 게임 판타지(예: 달빛조각사)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NPC (Non-player Character)란, 게임 상에서 플레이어(유저) 캐릭터가 아닌 캐릭터를 의미한다. 기존의 게임에서 NPC는 게임 개발자의 기획 의도에 따라 정해진 규칙 안에서 반복적으로 행동하고, 주어진 대본과 성우의 녹음에 따라 한정적으로 유저와 소통한다. 따라서, 게임에서 NPC에게 패턴에서 벗어난 다양한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NPC에게 딥러닝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기존에는 어렵던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NPC를 구현하려는 게임 회사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도 유저들이 마치 그 게임 세계의 인물을 만나게 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혹은 이른 시일 내의 기술력으로 게임 세계에서 살아가는(실제 사람처럼) NPC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안타깝게도 현재의 딥러닝 기술로는 이를 구현하는 것이 어렵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한계가 있으며, 다음의 시에서 우리는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정현종, 방문객 中

“한 사람의 일생”이라는 것, 단순히 시적인 표현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에는 단순히 그 순간의 특정한 상황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 그 삶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일시적으로 사람처럼 느낄 수 있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화 가능한 AI NPC에게 몇 가지의 스타일을 부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계”를 구성하고, NPC가 그 세계에서 살아가도록 함으로써 NPC들에게 그 세계에서의 히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알려진 최신 AI 기술들로도 이러한 것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몇 가지 컨셉을 부여함으로써 일관된 흉내를 낼 수는 있다. 즉, 게임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는 생동감 넘치는 NPC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으나, 기획에 맞추어 유저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수준의 AI NPC를 설계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것만으로도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많은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응용들이 가능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게임 플레이에 새로운 경험을 불어 넣을 다음의 3가지 응용을 다루며, 이를 위해 필요한 AI 기술과 데이터, 응용 예시를 서술한다.

  • 친밀도 및 관계 플레이
  • 복합적인 전략
  • 지속 가능한 세계

먼저 친밀도에 대해 살펴보자. 기존의 게임에 이러한 기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정한 트리거에 따라 단순한 패턴으로 친밀도가 상승/하락 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Koei의 삼국지10의 경우 신하에게 직책이나 보물을 하사하면 그 가치만큼 친밀도와 충성도가 일부 상승한다. 하지만 AI NPC가 NLP 기술을 통해 유저의 의도를 분석할 수 있게 되면, 기획자가 설계한 패턴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로부터 의도된 복합적이고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NPC가 좋아하는 과일을 대화를 통해 파악해낸 후 선물하거나, 몸이 좋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병에 맞는 약초를 구해다 주는 등의 액션을 하고 이를 통해 친밀도에 반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유저와 NPC 사이의 AI 친밀도 시스템이 구축되고나면 유기적인 관계를 이용한 플레이도 가능하다. NPC의 특정 관계(친한 사이, 상하 관계, 적대 관계 등)에 따라 친밀도 외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저가 특정 NPC와 직접적인 친밀도를 쌓지 않았더라도, NPC 사이의 관계에 따라 행동(반응)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면 레벨업하고 강해지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NPC를 만나기 위해 접속하는 유저도 생길 수 있다. 이 응용을 위해서는 NPC가 유저와 소통하기 위해 대량의 텍스트로 학습한 초거대 AI 언어 모델이 필요하다. 이 응용을 완전히 오픈 된 컨텐츠로 제공하는 것은 완전한 AI NPC를 설계하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렵다. 따라서 언어 모델을 이용하여 대화 내용을 수치로 표현하여 친밀도 시스템(알고리즘)에 반영하고, 이를 다시 언어 모델의 스타일과 같은 조건부 입력으로 사용한다. 또한, 게임 시스템이 갖고 있는 NPC와 유저를 포함한 관계 그래프 정보를 추가적인 데이터로 활용할 수도 있다.

복합적인 전략을 이용한 플레이도 가능하다. NPC가 “사람처럼 플레이”하게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대표적으로 유저와 결투할 때, 개발자가 주입한 규칙에 따라 플레이 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 맞는 선택을 AI가 판단함으로써 NPC에게 컨트롤 역량이 도입된다. 이 기능은 엔씨소프트의 게임인 블레이드 앤 소울의 PvP 컨텐츠를 위해 만든 비무 AI2가 프로게이머에게 승리하는 등 상용화된 이력이 있다. 이 AI는 단순히 프로게이머를 이길 정도로 잘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력을 조정하는 것(유저가 재미있을 수준으로)도 가능하다. 따라서, 실력이 좋은 적을 설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스탯이 아닌 실력이)한 AI 동료(혹은 부하)를 도입할 수도 있다. 여기에 Multi-agent RL3 기술을 적용하면 단순히 본신의 실력이 좋은 동료가 아니라 나와 합을 잘 맞춰주는 AI 동료를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전략 게임에서 지휘 역량을 갖춘 캐릭터(유닛)을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모델을 학습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유저의 리플레이와 게임 환경이 제공하는 다양한 요인(승/패, HP, 스킬 시간, 플레이 시간 등)이 사용 가능하다. 또한, 강화학습은 단순히 정답을 가르치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AI 자신이라는 모델(에이전트)을 활용하여 self-play 방법으로 학습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속 가능한 세계를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은 개발하여 런칭 후에도 지속적으로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게 된다. 특히 한국인들은 개발 범위를 빠르게 달성하기로 유명하며, 더 이상 할 컨텐츠가 없다며 접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흔히 “만렙 컨텐츠”라 불리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중요하다. AI가 도입되면, 위의 복합적인 전략에서 언급했던 “실력의 조정”을 통해 유저가 강해지는 것에 비례해 NPC를 비롯한 세계가 성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GPT-3의 응용인 “AI Dungeon”과 같이 AI가 생성한 스토리를 생성할 수도 있고, 기획을 벗어난 새로운 퀘스트를 주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게임 제작을 지원하는 AI(자세한 부분은 다음 글에서 언급할 예정)가 결합되면, NPC와 몬스터의 생김새부터 맵의 풍경까지 변화를 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텍스트가 주요 입출력이기 때문에 초거대 AI 언어 모델이 필요하다. 추가로 이 모델을 미세조정(추가 학습)하기 위해 소설과 기 보유한 퀘스트 문서 등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컨텐츠를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학습 및 추론 전략에 특히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완전한 인격체로써의 가상 인간이 구현되지 않더라도 게임에 새로운 경험을 주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연산량, 모델 안정성 등으로 인한 모델 튜닝과 AI 기획 반영을 위한 저작권과 같은 정책적 이슈 등이 많이 요구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응용 설계들은 단순히 연구에 사용된 모델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기 어렵고, 각 게임의 기획과 데이터에 맞추어 새롭게 설계 및 구현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게임 회사에서 전사적으로 AI R&D 조직을 운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게임마다 AI 팀이 조직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에 적용되기까지는 많은 R&D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게임 플레이 경험을 선사할 AI 컨텐츠들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1. “사람인 줄 알았죠”…디지털 휴먼, 당신을 속이다
  2. 강화학습을 이용하여 프로게이머 수준의 〈Blade and Soul〉 비무 AI 만들기
  3. Multi-Agent Reinforcement Learning: The G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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